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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야기

대만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왜 한국과 다를까?

대만에 와서 지내면서 보고 듣고 느낀바로는 확실히 대만은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겁니다.

대만은 우리(35년)보다도 더 긴 일제강점기(50년)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일본을 적이나 라이벌로 생각한다기보다 항상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해온 경향이 짙습니다.


똑같이 식민지배를 받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대만역사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대만 친구들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와는 상황이 달랐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래서 일본을 동경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우선 일본에 의해 지배를 받기 시작한 시기의 국가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 당시 조선이나 청나라 모두 국력이 바닥날대로 바닥난 상황이었습니다만, 조선은 하나의 국가였고, 지금의 대만영토는 그당시 청나라에 속해있는 변방의 작은 성(우리나라의 도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청나라는 변방에 있는 섬에 불과한 대만을 발전시킬 생각도 여력도 없었고 단지 영토의 일부분 정도로만 여겼던 상황이기 때문에 오직 세금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 지역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대만에는 중국 대륙에서 이주해온 인구 대비 원래부터 대만섬에 살던 인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사실상 청나라의 영토이지만 자신에게 신경조차 별로 쓰지 않는 청나라 중앙정부에 대한 충성심은 매우 낮았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지배가 시작되었고, 비록 일본이 군사적 목적이지만 철도, 항만, 공장시설을 비롯한 많은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를 하였으며, 많은 시설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을 교육시켜야만 했기에 여러가지 교육시설이나 의료시설등 기존 청나라 정부에서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많은 부분에 집중을 하면서 대만섬은 경제적 산업적으로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일본이 건설한 당시 대만주재 일본총독부 건물 - 현재는 대만 총통(대통령) 집무실로 사용> 


물론 처음부터 대만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일본을 받아들였던것은 아니지만 대륙에서 건너온 소수의 사람들에 비해 당시 대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원주민들은 일본의 지배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고 합니다. 일부 끝까지 일본군에 저항했던 대만 원주민들이 있었지만 일본이 한국에서 그러했듯이 그런 원주민 부족은 철저하게 말살시키는 정책으로 결국은 다들 일본의 지배에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발전으로 인한 일본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더 커지게 만든것은 오히려 같은 나라의 최고 권력자였던 장개석과 국민당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발단은 종종 우리나라 제주 4.3사건과 비교되곤 하는 2.28사건입니다.

2.28사건은 대륙출신의 전매청 관리가 담배를 몰래 팔던 대만 여인을 폭행하였고 이를 보고 항의하던 대만인들에게 경찰이 발포하여 학생 한명이 사망을 한것이 발단이 되어 사건 다음날인 1947년 2월 28일 대만인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시가지를 점령하고 관공서를 불태우게 되었고 이에 맞서서 정부군이 무차별 발포를 하게 되었으며, 이에 맞서 시위대가 무기고를 습격하자 3월8일 국민당 당수 장개석의 명령으로 대륙 본토에서 파견된 군병력 2개사단이 대만에 상륙하여 무력으로 수만명을 학살한 후에 계엄령을 선포한 사건입니다.




이때 선포된 계엄령은 후에 장개석이 공산당과의 전투에서 패하여 대만으로 건너와 1988년 장개석의 뒤를 이어 총통을 지낸 장개석의 아들이 사망한 후에야 막을 내리게 됩니다.

계엄령이 내린 기간동안 2.28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허용되지 않았으며 이때 발생한 무고한 대만인들의 학살과 그 후의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부군 및 지배층 위주로 진행된 국가 발전 및 정부 운영등으로 인하여 일제시대를 겪었던 대다수의 대만인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대만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일본 지배 시절이 더 살기가 좋았다며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로 인해 대만은 아직도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도 일본에 호의적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철수한 여러 일본 기업들이 아직까지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때 우리보다 앞섰던 대만 경제가 우리나라에 밀리게 되면서 대만의 중장년층 이상은 우리나라에 대해 부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로 인해 대만도 예외없이 영향을 받게 되었고,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면서 대만의 젊은층은 한국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근 양국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교단절후 어느때보다도 양국간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이때에 대만을 이해하고 서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아서 오해가 없도록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